신앙인의 애매한 태도
명절이 되면 죄수 하나를 놓아주는 전례가 있었는데, 빌라도는 예수께 죄가 없음을 알고 놓아주려 했습니다. 그러나 대제사장들이 무리를 충동하여 바라바를 놓아 달라 하니, 빌라도는 그들의 소리에 눌려 예수를 채찍질하고 십자가에 못 박히게 넘겨주었습니다. (마가복음 15:6, 9-15)
애매한 빌라도의 자세는 결국 진리를 저버리고 육을 택하는 죄를 범하게 됩니다. 그는 예수님께서 죄가 없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참된 믿음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진리를 알면서도, 사람들의 눈치와 정치적인 계산 속에서 그는 결국 가장 부당한 선택을 하게 됩니다.
빌라도는 명절에 죄수 한 사람을 놓아주는 전례를 통해 예수님을 놓아주고자 유도 질문을 합니다. 그러나 대제사장들이 무리를 충동시켜 도리어 바라바를 놓아달라 하니, 그는 어찌할 바를 알지 못하다가 결국 대제사장들과 무리의 요구에 만족을 주고자 하여 예수는 채찍질하고 십자가에 넘겨줍니다.
우리도 하루에 수없이 많은 선택을 하며 살아갑니다. 이 선택이 나의 유익인가, 하나님의 나라를 위한 것인가? 이것은 순종인가, 불순종인가?
사탄은 우리에게 항상 애매한 길을 제시합니다. 분명히 하나님의 뜻이 보임에도, 사람들의 시선과 나의 유익 사이에서 머뭇거리게 만듭니다. 결국 확신 없이 미루거나, 눈치를 보다가 진리를 거스르게 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신다면, 체면과 눈치를 살피지 않고 할 말은 해야 하며, 그 뜻이라면 반드시 밀고 나가야 합니다.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다 생기는 여러 가지 불편함과 손해를 감내하는 것, 그 자리에 머무는 것이 바로 진짜 그리스도인의 삶입니다.
하나님, 저도 애매한 상황을 마주할 때 마음이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하나님이 아닌 세상을 택하고 싶어지는 제 연약함을 주님 앞에 고백합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진리를 미루는 그 선택 하나하나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는지, 빌라도의 모습 속에서 다시금 깨닫습니다.
예수님은 조롱과 고난 속에서도 묵묵히 하나님의 뜻을 이루셨습니다. 진리를 외면한 자들 속에서 유일하게 진리를 지키신 분이셨습니다. 그 은혜 앞에, 오늘도 다시 무릎 꿇습니다.
하나님, 저도 애매한 상황 앞에서 마음이 흔들릴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세상의 논리에 맞춰 선택할 때가 있음을 고백합니다. 그러나 오늘 말씀 속 빌라도의 모습에서, 진리를 알면서도 외면한 선택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는지 보게 됩니다. 사도신경 속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라는 고백이 지금까지도 그의 책임을 드러내고 있음을 묵상합니다.
주님, 저의 날마다의 선택 가운데 주님을 따르게 하소서. 애매한 길에서 벗어나 진리 편에 서게 하시고, 불순종의 유혹에서 벗어나 온전한 순종의 삶을 살게 하소서. 진리를 위해 손해를 감수하는 믿음을 주시고, 예수님의 길을 따르는 담대함을 더하여 주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